"타다닥 탁탁 타닥…"

오늘도 들리는 것은 키보드 소리 뿐.

나는 어김없이 여기 앉아있고, 하루종일 차가운 활자를 찍어내고 있다.

어제도 이랬고, 오늘도 이렇고, 내일도 이럴 것이라는 100% 예측 가능한 삶에 무언가를 던지고 싶었다.

"뭘 던지지.." 고민하던 어느 날,

몇 년 전 제주도 게하에서 만난 다이버들이 나에게 심어놓은 호기심이 문득 말을 걸어왔다.

"내가 이제 좀 싹을 틔워볼까 하는데 말야.."

그래, 나를 던져버리자.

하지만 나는 물에 대한 공포가 있다.

최근에 수영을 1년? 정도 배우긴 했지만, 그래도 깊은 물은 두려움의 대상.

이런 저런 생각하며, 여기저기 교육센터 홈페이지를 기웃거리다가,

수영을 못해도 할 수 있다는 등등의 유혹하는 문구들에 금방 마음이 놓였다.

(어서와 다이빙은 처음이지?)

센터 선택의 조건을 몇가지 정했다.

 - 교육이 확실하고, 장비 관리가 잘 되는 곳.

 - 좀 오래된 곳.

 - 강사님이 그리 어리지는 않을 것.

 - 여기에서까지 회사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다. 회사와 먼 곳.

다이브 컴퍼니가 딱 부합해보였다.
게다가, 미녀강사님이 있다 한다.

'그래, 이곳으로 정한다.'

그렇게 바로 전화를 걸어 상호쌤과 일정을 잡았다.


6월 9일 ~ 6월 10일

심장떨리는 오픈워터 교육.

이틀동안 '다컴최고미녀강사' 장소영 강사님이 진행을 해주셨다.

자칫 따분해질수 있는 이론 교육.

소영 쌤의 위트 섞인 강좌 덕분에 졸지 않고 잘 들을 수 있었다.

문제는 제한수역 실습.

아침부터 떨기 시작한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고, 수심5m의 풀은 태평양처럼 느껴졌다.

영차영차 수트를 입고서 어찌저찌 장비를 조립해 놓고서,

수트만 입고 입수.
어푸어푸 허우적대는 나에게 "발질하세요 안 가라앉아요" 하는 소영쌤의 말이 들렸다.

심장의 떨림은 가라앉기 시작했고, 창피함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짧은 스노클링을 마치고서..

드디어 장비를 착용하고, 호흡기를 물고, 사다리를 부여잡고

첫 입수.

첫 호흡.

긴장을 해서일까, 폐병이 있는 것일까, 가슴이 파르르 떨렸다.

이 때의 떨림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침만 삼켜도 이퀄라이징이 되는 스스로에게 놀라며...

밑으로 내려오니 육상과는 무언가 다른 풍경.

동공 또한 부지런히 적응하는 느낌이다.

수많은 다이버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이버들이 이렇게 많다니.. 새로운 세상과의 조우.

들리는 것은 호흡 소리뿐.
(아 가끔.. 쌤의 딸랑이(?) 소리도...ㅋ)

좋았다.

걱정과 달리 마음이 편했다.

편했다지만, 불편했던 한가지는 역시나 이튿날의 마스크 물빼기.

입으로만 호흡하는 것이 익숙하지않아 자꾸만 코로 물이 들어갔고 이는 곧 공포로 이어졌다.

계속된 실패.

그러나 소영쌤이 던진 한마디에 자극을 받고, 바로 성공하였다ㅋ

"그 힘든 회사생활도 10년동안 참고 잘하면서, 잠깐 참으면 되요.
물 조금 먹어도 괜찮으니까 참고 다시 해보세요."
성공.

내가 회사생활이… 힘들긴 했구나...ㅋ

제한수역의 다른 실습들도 인내와 끈기의 소영쌤 덕택에 잘 마칠 수 있었다.

6월 29일 ~ 7월 1일

대망의 개방수역.

제주도 서귀포로 고고씽.

처음 인사하는 희정 다의버, 하영 다이버와 어색어색

해장국 한뚝배기 냠냠하고 샾으로 이동쓰.

오 호텔도 굿. 샵하고도 가깝고. 샵 차 얻어탄게 민망쓰.

모든게 좋았으나, 태풍님이 커밍쑨.

약간 흐리지만 게의치않고,

섶섬으로 이동하여 대망의 첫 바다에 퐁당쓰 하였다.

내가 정말 바다로 들어가는 건가… 두근두근 떨리는 심장을 애써 무시한 채로

큰 발을 앞으로 내딛었다.
 

오 바다는 이런 느낌이구나,, 가만히 있어도 찰랑대는 느낌.
날씨탓에 시야는 좋지 않았지만 다양한 꼬기들이 돌아다녔다.

처음 나를 맞이한건 쏠베감펭.
달고기, 리자드피쉬도 많이 보였고,

멸치떼의... 군무랄까.

아름다웠다.

며칠 전 네셔널지오그래픽 TV채널 방영했던 '상어의 습격'과는 달리,

바다는 매우 평화로웠다.

평화를 깨는 한가지는 역시나 마스크 물빼기.

시작하라는 소영쌤의 부드러운 손짓이 나에게 오지 않기를..
괜한 바램을 가져보던 찰나, 
쌤의 손짓은 정확하게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래도 당황하지 않고, 천천히, 회사생활을 생각하며, 완전 대~성공. 

두번의 다이빙을 마치니 구름이 걷히고 해가 떴다.

다시 들어가고 싶었으나, 탱크가 없다. 아쉽지만 육지로 고고.

적절한 저녁식사 후, 적절한 시내구경 후, 호텔로 가서 취침. 좋은 밤. 좋은 꿈.

둘째날. 맙소사.

비가 쏟아진다. 사선으로.

소영쌤의 얼굴도 먹구름이다. 이번 여행은 여기서 마침표..

인 줄 알았으나, 느낌표를 달고서 성산으로 고고씽. 

성산도 부슬부슬 비가 내리지만 나쁘지 않았다.

성산비치에서 가볍게 한탱크 하고 나오니

햇빛이 보인다.

소영쌤과 인솔강사님과 햇빛과 쑥덕쑥덕하시더니 보트로 나가자 하신다.

오 이 멋진 추진력. 대단하시다.

섬여로 고고씽.

고작 네번째인데 바다 속의 환경도 조금은 익숙해진 느낌적인 느낌.

다이빙을 하고 나오니 또다시 비가 쏟아지고 있다.

햇빛의 배신. 어제부터 참.. 심술궂다.

소영쌤의 한마디 "여러분은 이제 어느 바다에서도 다이빙 하실수 있습니다.ㅋㅋ"

아 그렇구나 싶었다.
다음달 양양 '종다리' 투어를 가기 전까지는…. 뚜둥ㅋㅋ

새로운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으나, 모처럼 느껴본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궂은 날씨, 굳은 수강생에도 불구하고 무한긍정 에너지로 오픈워터 과정을 이끌어주신
장소영 강사님, 감사감사.

(어드밴스드 양양 and 고성 투어 후기는 영감이 떠오를때… 또 적어볼께요 ㅎㅎ)

To be continue….